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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했습니다. 잡상

오늘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을 만나 간만에 즐겁게 사진찍고 놀다 왔습니다.
으레 그렇듯이 사람들은 내가 어디에 취직했는지를 물었습니다.


뭐 몇 번 있었던 일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하고 결혼을 믿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두 군데 중에서 한 곳을 꽤나 간단하게 버렸지만

내 선택이라는 탈을 쓰고 있어도 여전히 이것의 일부는 희생인 거니까요.

자기 애를 부모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다면 필연적으로 집에 붙어있어야 하고
자기 애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절충안을 선택했다고 말하면 내 한계를 감추려는 기만이 되는 걸까,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고 싶으면
집구석을 내팽개쳐야 하는 세상



나는 이미 선택을 했고
나름 편하고 할만한 곳을 잡았다고 느끼지만
결국 내가 하는 일은 꽤나 단순한 일이고
그닥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러면 이걸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행복한 우리집?

그러면 문제가 생겼을 때
그러니까 돈이 없어 비싼걸 못사거나
통장만들러 온 할머니가 '그 학교 나와서 왜 이런데서 일해?' 라고 말했을 때

내 서운함과 미충족에 의한 분노는
'행복한 우리집'에 돌아가게 될 거란 말이지.

젠장
애만 안 낳았으면 안 그랬잖아,
결혼 안 했으면 안 그랬잖아,
시댁에선 내가 일한다고 왜이렇게 시끄러워,
내가 지금 뭐하자고 이러는 거지?

아니지 난 아직 결혼을 안했지 참,
아직 하지도 않은 것때문에 왜 이러고 앉아있어?

알아서 굽신굽신.



단순한 경제적 문제라면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오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많으면 ok일지도.

하지만 키포인트는 '나'이기 때문에
나 말고 다른 데서 채워진다 해도
결국 내 것은 아니잖아.





여자가 다니기에 괜찮은 직장

                   ↓

그럭저럭 널널하고 야근이 없으며
휴일 꼬박꼬박 챙기고 대신 월급은 쥐꼬리인 직장
또한 상사가 성적으로 치근대지 않으며
귀가해서 집안일을 할 수 있을 여력이 남는 직장




...난 대체 뭐하자고

덧글

  • Peonia 2008/09/03 10:22 # 답글

    ... 정말 결혼할 사람을 구해놓고, 그 집안 분위기를 봐요.
    대체로, 그런 분위기인 건 맞지만, 나도 반드시 꼭 그렇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미리 걱정할 건 없다고 봐요. '-'

    애초에, 아직 결혼할 남자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 Peonia 2008/09/03 10:25 # 답글

    나도 그랬지만.
    도무지 그걸 미리 결정해서 내 인생을 결정지어버리는 건 스스로 자기 인생을 옭아메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 남자를 만나고 난 뒤에야 깨달은 거지만...

    이미 선택 했으면, 되도록 후회하지 않도록 해요.

    남자가 다 똑같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나마 ... 있는 것 같아요. 괜찮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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